3/29 『유럽을 지방화하기』 8장 가족, 형제애, 봉급 노동

작성자
chu
작성일
2023-03-29 17:19
조회
87
유럽을 지방화하기
8장 가족, 형제애, 봉급 노동

타고르를 비롯한 벵골의 민족주의 지식인들은 근대적인 사무실에서의 노동(봉급 노동, 차크리)과 자본주의적인 노동 규율(시간)을 공격하면서 확대가족을 이상화했고 여성의 가사 노동을 칭송했다.

- 역사가 수미트 사르카르는 식민지 인도에 강제된 압축적 근대화 과정에서 “차크리를 견디지 못한 것은, 차크리가 시간이 통제하는 엄격한 규율, 비인격적인 현금관계와 권위를 함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423) 자본주의적 시간 규율에 대한 적대감.
- 역사가 타니카 사르카르는 영국이 벵골인들의 공적 삶과 시민사회를 지배했기 때문에 가정(확대가족과 여성)은 벵골의 남성 민족주의자들이 권위를 행사할 수 있었던 유일한 공간이었다고 설명한다.(424)
- 차크라바르티는 식민지 벵골의 민족주의자들과 중간계급 지식인들은 유럽 근대가 이상화한 가족과 정치를 그대로 복제하지 않는 방식으로 벵골인의 삶의 세계를 상상했다고 보았다. 벵골의 근대적 주체가 고전적인 부르주아가 아니라 해도, 우리는 이 사실을 하나의 결핍으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 가능한 비판은 다른 전제들로부터 나와야만 한다.(427)
- 19세기 말 벵골의 힌두 민족주의 작가들은, 민족의 정치 공동체를 형제애 공동체, 즉 남성들의 가부장적 공동체로 상상했다. 그러나 중요한 논점은 이 형제애는 존 로크가 『통치론』(이 텍스트는 오랫동안 서구의 근대 부르주아적, ‘소유적’, 가부장적 개인의 역사에 중요한 것으로 간주되어 왔다)에서 말한 형재애와는 다른 개념이었다는 것이다.
- 로크에게 형제애는 사적 소유의 출현과 친권/부권의 정치적 사망에 입각한 것이었다. 로크의 <통치론>에서 형재애는 시민 사회에 가로놓여 있는 바로 그 원리/신화, 즉 계약의 신화에 토대를 둔 것이었다. 벵골 민족주의에서 형제애는 형제들의 계약상 연대가 아니라 자연적 연대를 표상하는 것으로 여겨졌다.(428)

조상들, 신들 그리고 시민 사회 영역
- 민족주의 이전의 힌두 상층 카스트들 사이에서는 실용주의가 현저하게 발전. 그들은 영국 지배가 가져다 준 생활 방식에서의 몇 가지 중대한 변화를 수용했다. 이 실용주의를 구체적으로 드러나게 한 것은 일상적 삶의 문제들, 특히 번갈아 의례를 행사는 것과 관련된 문제들이었다.(430)
- 영국은 식민지 인도에 영어 사용을 강제했고, 이에 따라 벵골의 힌두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선 영어에 의한 벵골어와 산스크리트어의 오염 문제가 제기되었다. 이때 이들은 삶을 규정하고 있는 세 영역의 행위(karma)들 간의 경계를 유지하면서 실용주의 전략을 구사했다.
- 그 세 영역의 행위란 신의 왕국과 관련된 ‘다이바카르마’, 남자 조상과 관련된 ‘피트리카르마’, 그리고 세속적 권력이나 현세적 이해관계의 추구와 관련된 ‘비샤이카르마’였다.(432) 힌두 민족주의자들은 근대 시민사회에서 생계와 관련된 ‘비샤이카르마’에 속하는 용어들에 관해선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신과 조상에 대한 의례의 영역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거부했다.
- 자아의 최고 형식은 남성 계보인 쿨라kula의 일원으로 보여지는 것이었고, 따라서 그 자아는 세속적인 역사의 시간성보다 시간의 신화적-종교적 실천에 더 매여 있었다. 여기에서 시민 사회는 강압적이고 부자유한 어떤 것, 더 중요하고 더 수준 높은 수행을 가제로 중단시키는 그런 것이 되었다.(437)

민족주의와 가정의 테마
- 19세기 후반 벵골에서 출간된 ‘가정’과 여성 교육에 관한 문헌들에서 집은 개혁의 공간으로 등장했고, 교양 있고 개혁적인 어머니는 그 공간에서 벵골의 아이들이 민족주의의 진정한 주체가 되도록 준비시켜야 했다. 그 점에서 새로운 ‘가정’의 공간이 ’공적‘ 영역을 지향한 것은 당연했다. 집 자체가 공적인 행동 무대였다.(440)
- 하지만 이 공적 영역인 가정 내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아버지와 남편이었고, 아버지와 남편에 대한 자식들과 어머니의 복종은 가정생활에서 근본적이었다. 19세기 ’여성의 의무‘에 관해 쓴 어느 작가 “복종은 정치 생활과 가족 생활 양쪽 모두에서 근본적 측면이다. 가족 안에서 아버지와 남편은 주인이다.”(441)
- 벵골 여성의 교육에 관한 19세기 문헌이 사로잡혀 있었던 단 하나의 초첨은 ’상냥함‘을 근대 여성의 매력과 아름다움의 일부로 만들어 내는 일이었다.(443) 우아함/정숙함(라자)과 순종은 여성적인 상서로움의 두 가지 기호로 묘사되었다. “진정한 정숙함”은 교육받지 못한 여성의 “미개한” 정숙함과 구별되어야 한다.(444) 그리할락슈미는 힌두 신화 텍스트들에서 아내의 본보기로 오랫동안 추앙받아 온 락슈미 여신의 아름다움을 가정 주부와 결합시킴으로써 이상적인 가정 주부의 미학적 형상을 압축해서 표현한 단어였다.(445) 그리할락슈미의 임무는 쿨라의 통합과 유지였다. 19세기 새로운 가정과 여성 교육에 관한 벵골의 민족주의 사상은 공과 사, 가정과 민족에 관한 부르주아적 구분을 남성 계보인 쿨라의 관념과 결합시켰다. 바로 여기에 벵골 근대성의 이데올로기와 유럽의 가부장적 자유주의의 결정적인 몇몇 가정들 간의 중대한 차이가 놓여 있었다.(449)
- 친권의 사망은 벵골의 형제애적 맹약에서는 결코 상상될 수 없다. 명령하는 자격은 명령받는 사람의 나이와는 상관없이 어버이에게 있고, 그 어버이를 경유하여 남자 조상들에게 있다. 이러한 근대성에서 정치적 권위는 친권을 모델로 하는 것. ‘순종이 없이는 통합도 없다. ... 순종은 헌신에 기초한다. 그것은 어릴 적에 배워야만 하는 것이며, 자식의 헌신을 받아들이는 어버이는 그 감성을 심어 주고 양육할 수 있다. 어버이에 대한 두려움과 헌신, 이 두 가지 모두를 배운 벵골인은 또한 지도자에게 순종할 수 있다.’(454)
- 로크의 형재애에서 아버지에 대한 자식의 순종은 아버지의 권력에 대한 두려움에 기초하는 것. 하지만 벵골의 형제애에서 자식이 아버지에게 순종하는 것은 바크티, 즉 애정과 숭배의 마음으로 가득 찬 ‘헌신’에 기초하는 것이다. 자식이 성인이 되었어도 그 점은 변함없었다.
- 벵골의 민족주의자들은 바크티를 근대적인 정치적 정서로 만들었다. 그들에게 정치적 통합은 자율적 개인의 계약이나 자기 이해관계의 조화로운 추구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형제간의 우애와 어버이에 대한 순종이라는 ‘자연적 정서’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
- 차크라바르티는 이같이 가부장적이면서 비자유주의적인 벵골의 근대성을 비판할 수 있으나, 그것의 창조적 측면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벵골의 분리를 반대하기 위해 펼쳐진 스와데시운동(1905-1908)은 어머니로 상상된 나라를 ‘자식’들이 ‘자연적 형제애’로 통합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 운동이었고, 여기에 벵골 근대성의 정치가 보여 준 창조성이 있다는 것. 이 운동은 결국 실패했지만, 이 실패를 합리적 이성의 결핍이나 미달로 간단하게 처리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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