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모색

작성자
commons
작성일
2021-10-26 16:47
조회
164
승수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모색


왜 서열의 문제가 정확히 <자유로운 정신>의 문제인지는 우리가 더 나중에 이해하게 될 것이다. 여하간 그 점을 고려할 때, 우리는 계보학의 임무로서 의미에서 가치로의 이행, 해석에서 평가로의 이행을 지적할 수 있다. 어떤 것의 의미는 그것과 그곳을 독점하는 힘의 관계이고, 어떤 것의 가치는 복합적인 현상인 한에서 사물 속에 표현되어 있는 힘들이 서열이다. (29)


위 단락은 앞에서 니체 철학 ‘일반적인’ 기획에서, 핵심 개념으로 제시한 의미, 가치, 해석, 평가 등의 각각 분리된 설명이, 어떤 관계들 속에서 다시 새로운 의미를 가지게 되는 단계를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 단계에 대한 이해가 다음 변증법으로 넘어가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 같습니다. 극히 중요한 문장 같다는 말씀!

먼저 일반적인 기획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그것은 니체 철학을 다른 제반의 철학과 구분시켜주는 기획을 의미합니다. 그 기획은 일단 전복적입니다. 그 이유는 그 일반적인 기획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들이 전복적이기 때문입니다.

‘가치’를 볼까요? 니체의 가치는 가치 자체를 본래적인 것이라 생각 하지 않습니다. 즉 가치 자체가 파생하는 <‘평가’의 관점>을 전제합니다. 평가는 상응하는 가치들의 미분적 요소(16)에 의해 정의되며, 그 요소에 결부된 평가는 평가하는 자들의 존재 방식이자, 현존 양태(17)입니다. 이 존재 방식이 고귀함과 저속함, 우아함과 비루함은 이 평가와 관계합니다. 가치는 이런 존재 방식 혹은 삶의 방식으로서의 평가와 상응해서 창조됩니다. 가치 자체를 우선하는 방식은 그리스의 비극을 죽음으로 몰고 간 이론적 낙관주의 즉 소크라테스 유형의 이론적 인간의 견해입니다. 그 대척점은 디오니소스의 입장이구요.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선 모든 삼라만상은 힘들의 공존 속에서 투쟁, 지배, 전복 등의 힘의 표현의 현상이라는 것을 전제합니다. 가치조차 그렇습니다. 고귀함과 저속함의 투쟁은 가치안에 내재하니까요. 그 복합적인 힘들의 상관관계를 발견하는 게 의미입니다. 또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기술art이 해석이구요. - 번역본에선 기술로 번역됐는데 엄밀하게 art가 맞는 것 같습니다. 나중에 보게 될 디오니소스와 아폴로의 대립에서 art 생성의 조건입니다. 즉 디오니소스의 충동과 아폴론 예술의 외연의 충돌과 갈등이 그리스 비극의 시작이고 그리스 예술 탄생의 배경입니다. 해석은 바로 디오니소스적 충동을 예술적으로 표현하는 시도에 다름아닙니다. -

이 각각의 분리된 개념들이 위 문장에서 관계를 형성합니다. 그런데 이 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친 쇼펜하우어의 몇 가지 개념을 끌고 오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앞뒤 자르고 핵심만 지적하자면

“쇼펜하우어는『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칸트의 ‘물자체’와 ‘현상’을 ‘의지’와 ‘표상’의 세계로 구별한다. ‘표상으로서의 세계’는 알 수 없는 맹목적인 의지에 의해 지배된다. 니체는 이것을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으로 수용한다. 아폴론적인 것의 ‘개별화의 원리’와 디오니소스적인 것의 ‘개별화 파괴의 원리’는 쇼펜하우어의 개념을 차용한 것이다.
디오니소스적인 것과 아폴론적인 것은 명백히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에 대응한다. 세계의 본질은 맹목적 의지가 디오니소스적인 것이라면, 그 의지가 드러난 현상인 ‘표상’은 아폴론적인 것이다.” - 이인희, 니체의 예술철학 중

위 문장대로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은 『비극의 탄생』의 초기 니체에게 결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하지만 『비극의 탄생』에서조차 니체는 쇼펜하우어의 영향력을 극복합니다. 이 책에서 나중에 살펴 보게 될 ‘디오니소스와 아르아드네’ 관계가 그것 입니다.
초기 니체의 힘과 의지는 쇼펜하우어에게 기대고 있죠. 계보학은 바로 이 힘과 의지를 파악하는 방법인 것 같습니다. 즉 베르그손의 ‘직관’과 유사한 것 같습니다. 바로 이 사물의 힘과 의지를 대상으로 삼는 계보학의 임무는 표상으로서 이해된 혹은 의미화된 기존의 해석된 예술을 넘어 가치로서의 예술의 본류인 의지를 문제 삼는 삶의 태도입니다. 쇼펜하우어는 이 태도에서 의지의 좌절을 경험하지만 니체는 새로운 예술의 가능성을 점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이 쇼펜하우어의 개별화의 원리 즉 의지에서 표상으로의 전환의 원리 대신에 개별화의 파괴의 원리 표상에 대립하는 의지의 정립, 모든 예술의 근간으로서의 디오니소스적 양식의 긍정입니다.

이후 전개된 ‘변증법에 반대해서’에서는 『비극의 탄생』에 함축된 헤겔적 요소를 비판하면서 『비극의 탄생』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시도하는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리스 비극의 예술을 통한 삶의 정당화란 초기 니체의 관점을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즉 디오니소스와 아폴론의 대척은 변증법의 반테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의지와 표상의 관계 같은 잠재된 것의 개체화의 실현과정으로 설명합니다. 그것이 바로 그리스 비극의 요체입니다. 오히려 진정한 대립은 디오니소스와 소크라테스에게서 있습니다. 이때 이 대립은 변증법의 대립과 달리 변증법 자체와의 대립이라 기술되어 있구요. 또한 소크라테스적 인간의 확장이 기독교인 것도 분명하구요..
이렇게 초기 니체의 『비극의 탄생』에서 보이는 변증법의 협의는 들뢰즈에겐 새로운 생성 긍정의 긍정으로 나아가는 데 거치는 잠시 겪는 혼돈일 뿐입니다. 이후 니체는 예술을 삶의 정당성의 형식으로 보던 초기 입장을 떠나 삶 자체를 예술로 바라봅니다. 예술로서의 삶이 바로 영원회귀의 선별의 압력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삶이구요. “네가 무엇을 원하든 간에, 동시에 그것의 영원회귀를 원하는 방식으로 그것을 원하라”가 대표적 아포리아지요.

위 단락은 이런 전후 맥락에서 핵심적인 위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단락 지적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분들의 다른 의견 있으시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참! 서열이라는 것이 첨언 안 되었는데, 나중에 들뢰즈가 설명한다고 하니 그때 보구요. 다만 그 서열이 우리가 아는 요지부동의 위계 구조같은 서열이라기 보다는 <자유로운 정신>이라는 디오니소스적 의지의 바탕에서 생성된 것이라는 것이 중요할 듯합니다. 서열은 그 그림자 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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