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차이와 반복 236-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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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8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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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 차이와 반복 236-250

반복, 전치, 위장 : 차이
이 문제의 관건은 반복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다. 과연 반복은 현실적 계열 안의 한 현재에서 다른 한 현재로, 어떤 현행적 현재에서 사라진 현재로 이행하는 가운데 일어나는 것일까? 만일 그렇다면 사라진 현재는 마치 자신의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 어떤 인력(引力)을 행사하는 궁극적이거나 원초적인 항처럼 어떤 복잡한 점(點)의 역할을 떠맡고 있어야 할 것이다. 즉 사라진 현재는 반복되어야 할 사태(the thing)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이고 반복의 과정 전체를 조건짓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의미에서 이 사라진 현재는 반복과는 독립적일 것이다.[237]
반복강박에 대한 전통적인 정신분석학 이론들은 여전히 본질적으로 사실주의적이고 유물론적이며 주관주의적이거나 개인주의적이다. …
보통 반복은 사라진 현재 안의 동일성 원리에, 현행적 현재 안의 유사성 규칙에 종속되고 만다.…
설령 현실적인 실제 사실들에 상상적인 것의 권리들을 전면적으로 대립시킨다 해도, 문제는 여전히 궁극적이거나 원초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어떤 심리적 '실재'에 있다.[238]

종종 강조되는 바와 같이 반복의 과정을 사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만일 시간에 의해 현실적으로 분리된 두 현재, 두 장면이나 두 사건 (어린아이와 어른)을 고려한다면, 사라진 현재는 어떻게 원격적으로 현행적 현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일까? 그리고 현행적 현재가 자신에게 미치는 모든 영향력을 사후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사라진 현재는 어떻게 현행적 현재를 모델로 삼을 수 있는 것일까?[239]
그러나 이 두 현재가 현실적 계열 안에서 가변적인 거리를 두고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그 둘은 오히려 또 다른 본성의 잠재적 대상과 관계하면서 공존하는 두 현실적 계열을 형성한다. 이 잠재적 대상은 두 계열 안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며 자리를 바꾼다.
반복은 한 현재와 다른 한 현재 사이에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반복은 이 현재들이 잠재적 대상(대상=x)을 중심으로 형성하는, 공존하는 두 계열 사이에서 구성된다. 이 잠재적 대상은 부단히 순환하고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언제나 자리를 옮기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적인 두 계열 안에서, 곧 두 현재 사이에서 출현하는 이 잠재적 대상을 통해 항들의 형태변화들과 상상적 관계들의 양태변화들이 규정된다.[240]

어쨌든 억압하기 때문에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반복하기 때문에 억압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억압하기 때문에 위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위장하기 때문에 억압하는 것이고, 이 위장은 반복을 규정하는 중심에 힘입어 이루어진다. 위장은 반복에 대해 이차적인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반복은 궁극적인 것, 근원적인 것으로 가정되는 어떤 고정된 항에 대해 이차적이지 않다. 왜냐하면 만일 사라진 현재와 현행적 현재라는 두 현재가 잠재적 대상을 중심으로 서로 공존하는 두 계열을 형성하고 그 잠재적 대상은 그 계열들 안에서 또 자기 자신과의 관계에서 자리를 바꾸고 있다면, 이 두 계열 중 어떤 것도 더 이상 원초적인 것으로나 파생적인 것으로 지칭될 수 없기 때문이다.


무의식의 본성에 대한 귀결들: 무의식은 계열적이고 미분적이며 물음을 던진다
확실히 무의식은 욕망하고 또 욕망밖에 할 줄 모른다.… 욕망은 오히려 물음을 던지고 문제를 제기하는 어떤 탐색의 힘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욕구와 만족의 장(場)과는 다른 장에서 전개되는 힘이다. 물음과 문제들은, 전적으로 잠정적인 자격에 머물며 경험적 주체의 순간적 무지를 표시하는 어떤 사변적 활동들이 아니다. … 문제들은 현실의 계열들을 구성하는 항과 관계들의 상호 변장과 교감하고 있다. 물음들은 문제들의 원천이며, 계열이 전개되는 기준점인 잠재적 대상의 전치와 교신하고 있다.[244]

문제와 물음은 대답들에 대해 초월적 위치에 있고, 해답들을 관통해 끈덕지게 자신을 주장하고 있으며[244]
원초적인 혹은 궁극적인 대답이나 해답들이란 것은 없다. 그런 것이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물음-문제들뿐이고, 이는 모든 가면들 배후의 어떤 가면, 모든 장소들 배후의 어떤 자리바꿈 덕분이다.[245]
문제들은 영원한 위장과 관련되고, 물음들은 영원한 전치와 관련된다.[246]
무의식은 제한과도 무관하고 대립과도 무관하다 — 무의식은 전락(轉落)의 무의식도 모순의 무의식도 아니다. 무의식은 물음이나 문제들과 관련되어 있고, 이 물음이나 문제들은 해답- 대답들과는 본성상의 차이를 지닌다. 즉 무의식은 문제틀의 (비)-존재와 관계한다. 이 (비)-존재는 위에서 언급된 부정적 비-존재의 두 형식을 모두 거부한다. 그런 부정적 비-존재는 오로지 의식의 명제들만을 지배할 뿐이다. "무의식은 '아니요'를 모른다."라는 유명한 말은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부분 대상들은 미세 지각들의 요소들이다. 무의식은 미분적이고 어떤 미세 지각들로 이루어져 있다.[247]

첫 번째 수동적 종합, 하비투스의 종합은 살아 있는 현재의 재개된 양식에 의존하여 반복을 끈으로 제시했다. 이 첫 번째 종합은 상호 보충적인 두 방향에서 쾌락원칙의 정초를 보장했다.… 반면 두번째 종합은 에로스-므네모시네의 종합이다. 이 종합은 반복을 위장과 전치로 설정하고, 쾌락원칙의 근거로서 기능한다.
그래서 문제는 이제 어떤 사용을 조건으로, 또 어떤 제한과 심화 과정들을 대가로 이 쾌락원칙이 어떻게 자신의 관할 영역에 적용되는지를 아는 데 있다. [이에 대한 답변은 두 가지 방향에서 주어져 있다. 하나는 현실 일반을 지배하는 법칙이 서 있는 방향이다. 이 방향에서 첫 번째 수동적 종합은 자신을 넘어서서 능동적 종합과 능동적 자아를 향해 나아간다. 반면 다른 한 방향에서 첫 번째 수동적 종합은 스스로 심화되는 가운데 두 번째 수동적 종합에 이른다. 이 두 번째 종합을 통해 특수한 나르키소스적 만족감은 강화되는가 하면 또한 잠재적 대상들의 응시와 관계를 맺게 된다. 여기서 쾌락원칙은 생산된 현실에 관련해서만이 아니라 구성된 성욕에 관련해서도 새로운 조건들 아래 놓이게 된다].[248]

첫 번째 수동적 종합이 현재의 종합이라면, 두 번째 수동적 종합은 과거의 종합이다. 첫 번째 수동적 종합이 반복을 이용하여 그로부터 어떤 차이를 훔쳐낸다면, 두 번째 수동적 종합은 반복의 품안에서 차이를 포괄한다. 사실 차이의 두 가지 형태, 곧 이동과 가장복, 전치와 위장은 반복 자체의 요소들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때 전치를 통해서는 잠재적 대상이 상징적 변용을 겪고, 위장을 통해서는- 잠재적 대상이 합체되어 있는 - 현실적 대상들이 상상적 변용을 겪는다.[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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