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세 미시사의 책, <치즈와 구더기>를 읽고 있습니다.

메노키오에 대한 이단 재판과정을 추적하면서,
메노키오의 이단적(?) 사상의 의미를 풀어내고 있습니다.

이번 범위에서는 천국에 대한 드라마틱한 전환이 재밌었네요.

메노키오가 말하는 영혼과 천국(혹은 그것들에 관한 문제)은
정통 크리스트교적인 표현과 달랐습니다.

'천국'이라는 단어인 만큼
종교적인 의미가 전무한 건 아니지만,
단순히 종교적인 천국이라기보다
사회적인 '천국', 즉 모두가 평등한 사회/공동체를 꿈꾸는 것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민중혁명 등에서 그리는 이상적인 사회비전이었던 것이죠.

이러한 천국의 이미지를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메노키오의 사상은 농민종교, 민중혁명적 성격이 강합니다.
그리고 이런 종속계급적 사상에서 비롯되었기 때문에,
그의 신학 및 종교관 등도 '민중문화'적 특성이 반영되어 있습니다.

엘리트나 신학자, 지도자에 의해 단번에 내려오는 천국이 아니라
평등한 민중들 모두가 함께 싸워서 성취해내는 천국이라는 것.
메노키오가 이단이라면,
바로 이 점 때문에, 민중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 때문에,
이단인 셈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저자 진즈부르그가 미시사를 서술하는 이유겠지요.
쉽게 포착되지 않는 민중문화가
특정한 시공간 안에서 언뜻 드러나는 그 찰나를 붙잡기 위해서입니다.

이제 메노키오의 스토리도 끝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재판의 결과와 이후의 전개가 궁금하네요.

다음 주에는 43장부터 53장까지 읽습니다.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시간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