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호] 자본주의 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COMMONS를 이해하게 해주는 안내서 / 최용관

이 책을 주목한다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6 11:34
조회
2884
자본주의 자궁에서 자라고 있는 COMMONS를 이해하게 해주는 안내서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서평


최용관(P2P Foundation Korea 활동가)


저자인 데이비드 볼리어는 내가 활동하는 P2P재단의 설립자인 미셀 바우엔스의 오래된 친구이고 같은 커먼즈전략그룹의 일원으로 활동하는 미국 활동가로서 이미 많은 글들을 데이비드 볼리어의 블로그를 통해 그리고 우리 재단의 위키와 강연 동영상으로 친숙하게 접했던 분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한국어판으로 책을 번역 중이란 것을 데이비드 볼리어가 블로그에 공개하면서 커먼즈와 피어 투 피어에 대해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 매우 반가웠다.

책이 나오고 바로 구매를 해서 읽어보았다. 역시 책의 내용은 대중에게 읽혀지기 쉽게 기술하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의 깊이도 상당한 수준에 있었다. 그리고 항상 고민을 하고 P2P재단코리아 관련자들과 논란을 벌인 커먼즈에 대한 확실한 정의도 이 책은 해주고 있었다. 이 책의 번역에서도 번역 고민의 흔적이 여기저기 있지만 사실 커먼즈라는 개념이 학술적으로 많이 사용되다 보니 그 해석을 어찌 해야 되는가도 관련 전공 교수들 조차 명확하게 규정하진 못하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은 아주 단순하게 “자원+공동체+일련의 사회적 규약이 결합된 시스템”으로 그 뜻을 전하고 있다. 물론 하나의 단어로 규정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뜻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방향을 정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외에도 이 책이 더욱 의미를 가지게 하는 부분은 두 가지로 얘기할 수 있다. 물론 커먼즈의 개념을 설명하고 알렸다는 것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지만 실천적 의미에서 더 큰 의미를 가진다.

첫 번째는 현재 우리나라와 전세계에서 불고 있는 “공유”라는 애매한 개념의 경제적 시스템 혹은 플랫폼을 과연 커먼즈의 조직으로 볼 수 있냐라는 것이다. 이 책은 이것에 대한 분명한 답을 던져주고 있다. 즉 우버, 에어비앤비, 장비나 공간렌트 그리고 중간매개자가 끼어서 네트워크를 형성시키는 위계적 질서의 시스템은 절대 커먼즈의 조직도 아니며 공유경제라고 불러선 안 된다는 것이다. 최소한 공유경제라고 한다면 자원을 공동체가 직접 관리하는 수평적 시스템이어야 하고 그 이익은 공동체가 동등한 위치에서 분배되어야 함이 마땅하기에 앞서 얘기한 플랫폼이나 여러 공유경제로 포장한 업체는 커먼즈 조직도 아니고 공유경제로 포장되어서도 안 될 것이다.

데이비드 볼리어는 커먼즈 조직활동을 먼 곳에서 찾지 않는다. 우리 주변에 지금 현재 널려 있다. 바로 물질적 자원에 대한 부분에선 오픈소스 하드웨어, 메이커운동, 지역 태양광 발전 모델 그리고 우리나라에 있는 어촌계 같은 것을 커먼즈 조직으로 본다. 비물질적 자원을 관리하는 커먼즈 조직은 오픈소스 운동, 자유소프트웨어재단, 오픈액세스, CCL운동, DAO(탈 중앙화된 자율 조직), DAC(탈 중앙화된 자율 기업)등을 커먼즈 조직이라 칭할 수 있다. 우린 이것을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산활동에 개입시키고 있다.

두 번째로는 현재 전세계 커먼즈 운동은 자본주의의 대안을 위한 포스트 자본주의를 위한 것이란 의미를 가진다는 것이다. 물론 아직 사상적 철학적 구조체계를 가진 수준은 아니지만 이미 자본주의 내에서 포스트 자본주의적인 경향을 가지는 하나의 대안세력이 되고 있다. 즉 자본주의가 점점 발전하고 생산력이 증가하면서 실제로는 자본주의 내에 커먼즈 운동과 실천이 증가하고 있고, 이것들은 자원을 관리하여 생산하고 분배하는 데 있어서 자본주의와는 너무나 이질적인 차이점을 보여주고 있다. 각 개인들이 필요에 의해 생산하고 스스로 소비한다. 또 각 개인들이 여러 디바이스(스마트폰, 컴퓨터, 휴대폰 등)를 통해 정보를 수평적 관계에서 나누고 그 정보의 질을 스스로 높이고 있으며 그에 따른 생산력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확장되고 있다.

즉 전혀 자본주의적이지 않지만 자본주의 안에 존재하며 결국엔 자본주의의 생산양식과 생산관계가 자본주의 발전이 심화되면 될수록 스스로 파괴되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나는 이 책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를 읽으며 그 가능성을 보았고 우리가 무엇을 실천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하는지를 알게 되었다.

저자는 저번 출판기념 화상 강연 후 질문에서 앞으로 벌어질 사회에 대한 예측을 말하는 것을 극히 조심스러워했다. 당연하다. 사람들이 유기체처럼 관계가 얽혀있는 전체를 두고 사회의 미래를 예단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책과 데이비드 볼리어의 지금까지의 저서들을 본다면 저자의 겸손함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더욱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읽혀지기를 바란다.

지구 아니 자연 또한 지금까지 다원적이고 유기적이고 밀접한 서로의 관계를 유지하며 발전되어 왔다. 인간 사회도 마찬가지이다. 여러 다원적 이해와 생각들이 모여 위계에 의한 것이 아닌 수평적 관계(P2P)에서 서로가 협력하며 인간 스스로 인간다워지려 노력하는 그런 세상은 바로 눈앞에서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이 책은 전하고 있다.

참고로 P2P Foundation Korea 홈페이지는 http://www.p2p.or.k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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