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4(수)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kindred)>(1979)

작성자
희정
작성일
2024-02-13 15:14
조회
124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kindred)>(1979)

■ 옥타비아 버틀러
휴고 상(Hugo Award)과 네뷸러 상(Nebular Award)을 여섯 차례나 수상, SF계의 ‘그랜드 데임’(Grand Dame)으로 추앙받아온 독보적 존재. 2006년 58세로 세상을 뜸. 버틀러의 반복되는 주제 중 하나는 노예 경험에 대한 기록, 역사와 흑인 디아스포라의 경험이 SF의 경계를 넓히게 됨.

■<킨(kindred)>(1979)
- 제목이 ‘동족’을 의미하는 kindred인 것은 당시 사람들이 그들의 부모와 선조들의 삶을 부끄럽게 여기는 것을 알고 이에 대해 경각심을 심어주기 위함이라고 버틀러가 인터뷰에서 밝혔다함. 또한 인종, 젠더, 계급의 억압이 역사 속에서뿐만 아니라 노예제도가 폐지된 지 200년이 지난 당시까지 계속되고 있음을 폭로함.
- 역사소설, 노예서사, SF의 환상적 요소가 복합 장르적으로 혼합되는 방식의 소설.
- 주인공 흑인 여성 다나(Dana)가 100년(1976-1815(1830년대))의 시간여행을 통해 인종, 젠더 억압의 문제가 노예제도의 역사 속에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고자 함.
- 소설의 현재의 배경이 되는 1976년은 알렉스 헤일리의 <뿌리> 소설이 나온 해. 주인공 다나가 과거의 루퍼스를 죽이고 시간여행을 끝내게 되는 날은 1976년 7월 4일(미국독립기념일). 자신의 조상이지만 노예농장 주인이고 자신을 겁탈하려던 루퍼스를 죽임으로써 흑인여성으로서의 저항을 보여줬다고 생각함. 그러나 현재로 돌아오면서 루퍼스에게 잡힌 왼팔(팔꿈치아래)을 잘리게 됨(이러한 불구의 몸은 잔인한 노예제도를 상징함).

■ <킨(kindred)>내용
1976년 현재의 다나는 백인과 동등한 자유를 누리며 백인 남성 케빈(Kevin)과 막 결혼한 작가. 어느 날, 심한 메스꺼움과 현기증을 느끼는 순간 과거(남북전쟁 이전의 메릴랜드)로 빠져 들어가는데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맨 처음 1815년 자신의 조상인 루퍼스를 만나게 되고 그가 죽음 직전에 다나를 과거로 소환한다는 것을 알게 됨. 현재로 되돌아가는 방법은 외부의 물리적인 힘에 의해 다나가 죽음에 버금가는 공포를 경험할 때. 현재의 시간은 몇 분에서 몇 시간에 지나지 않지만 과거의 시간은 그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되어 처음 만났던 때 루퍼스는 아버지의 채찍을 두려워하던 소년이었지만 6차례의 소환과 되돌아옴을 되풀이하는 가운데 루퍼스는 폭압적인 노예주 아버지를 닮은 백인 남성이 됨.
다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루퍼스와 앨리스 사이에 태어난 아이, 헤이거가 자신의 조상이기에 루퍼스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함.
다나는 총 여섯 번의 시간여행을 하게 됨. 처음에 자신은 “쇼를 바라보는 관찰자”라고 생각하다가 세 번째 소환에서 과거로의 소환과 현재로 돌아올 수 있는 원리를 깨닫게 됨.
1) 물에 빠진 다섯 살의 루퍼스를 구할 때, 톰 와일런이 나타나서 총을 쏘자 집으로 돌아옴(현실에서는 몇 분 소요) 2)루퍼스가 집에 불을 내고 지켜보는 8살 때, 순찰대원에게 들켜서 집으로 돌아옴(수 시간 소요) 3) 루퍼스가 12세(1819)때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현장으로 캐빈과 함께 소환됨. 이때 과거와 현재의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됨. 백인인 캐빈은 다나와 다른 대접을 받게 되고 다나는 톰 와일린에게는 캐빈의 노예로 소개하게 됨. 다나는 노예소년 나이젤(Nigel)에게 글을 가르치다 루퍼스의 아버지에게 들켜 채찍질을 당하고 죽음에 이르기 전 혼자만 현실로 돌아옴. 다음 소환까지 과거 시간은 5년이 흐름. 4) 루퍼스는 19살이 되고 앨리스의 남편, 노예 아이작(Issac)과 싸우다 아이작에게 맞아 의식을 잃은 바람에 다나는 과거로 소환됨. 캐빈과의 관계를 질투하는 루퍼스는 캐빈에게 편지를 두 번이나 부치지 않는 등 루퍼스는 다나를 성적으로 탐하는 앨리스와는 다르게 자신에게 필요한 여성으로 인식함을 알 수 있음. 노예감독 파울러(Fowler)의 채찍질을 당할 때 다시 캐빈과 함께 현재로 돌아옴. 5) 술에 취해 물웅덩이에 처박힌 25세의 루퍼스가 죽음에 직면하자 다나는 다시 혼자 소환됨, 앨리스가 자살한 것을 알고 다나는 스스로 손목을 그어 집으로 돌아옴 6) 루퍼스는 앨리스의 죽음으로 좌절하고 자살을 시도할 때 다시 과거로 소환되었다가 루퍼스가 그녀를 강간하려 했을 때 루퍼스를 칼로 찌르고 왼쪽 팔 반을 잃은 채로 현실로 돌아옴. 루퍼스가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 다나는 현재에서 과거의 루퍼스에게로, 다시 과거에서 다나 자신이 죽음의 공포를 느낄 때 현재로 돌아옴. 이처럼 루퍼스와 다나는 죽음을 담보로 서로 연결됨.
현실에서 캐빈과 메릴랜드의 루퍼스의 저택을 찾아 루퍼스는 살해당한 것이 아닌(나이젤이 목격함), 화재로 죽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는 것을 확인함. 앨리스의 자식들은 자유민이 되었다는 것을 확인함. 루퍼스의 노예인 나이젤이 역사의 기록을 노예의 관점에서 그들의 서사로 바꾼 것임.

■ <킨>에서의 시간여행 원리(신혜원, 2016; 조미정, 2022)

블록우주의 시공간은 언제, 어디서든, 열려있고, 연결될 수 있는 순환적 시간관과 다면적 공간성이 공존하는 가상세계와 같다. 이곳은 다나가 살고 있는 현재와 시간여행을 가는 1815년 메릴랜드를 연결해 과거의 결과가 현재가 되는 동시에, 현재의 결과가 과거가 되기도 하는 역설을 보여줌. 파타피직스 pataphysics: 과학적 생각을 바탕으로 한 공상과학을 일컫는 말로 형이상학을 뜻하는 메타피직스(metaphysics)의 패러디. 형이상 너머의 세계에 존재하는 상상적 현상을 의미하는 철학 또는 과학으로 프랑스의 작가 알프레드 자리(Alfred Jarry)에 의해 처음 소개됨. 이후 건축, 음악, 미술, 문학 등 예술분야에서 널리 쓰이며 현실과 공상이 중첩된 ‘제2의 현실’을 강조하는 “탈규범성, 모순성, 비논리성, 가상성”의 표현방법이 파타피직스의 특징으로 알려지게 됨(조미정, 2022).
의 세계가 이 블록우주의 시공간에서 일어남.
파타피직스에서 파생된 개념으로 파타포(pataphor)가 있다. 파타포는 가상과 현실을 결합시켜 사실과 거짓이 혼돈된 상태를 파타피직스적 상황에 결부시키는 개념. 즉 파타포적 상상력으로 가상과 실재가 하나로 합해져 그 자체로 현실처럼 실재하도록 만드는 것임.
파타포는 “원관념과 보조관념간의 동질성을 기반으로 원관념의 특징을 묘사적이고 직접적으로 재현”하는 것. <킨>의 원관념은 1815~31년 메릴랜드에서 벌어지는 모든 상황과 이념을 의미하며 보조관념은 1976년 뉴욕에서 일어나는 현재의 모습을 뜻함. 이 두 시대를 동시적 관점으로 이동하게 만드는 것은 노예제라는 동질성의 공유. 다나가 일자리를 구하러 나가는 임시직 알선소는 현대판 노예제도라고 언급.

■ 함께 나누고 싶은 주제, 이야기

1) 다나는 과거로 돌아가고 싶지 않지만 동시에 루퍼스와 앨리스 사이에 태어난 아이, 헤이거가 자신의 조상이기에 루퍼스를 살려야 한다고 생각함. 과거로의 시간여행이 현재의 역사를 바꿀 수 없다고도 하던데...다른 sf의 경우는 어떤지 궁금함.

2) 앨리스와 다나, 루퍼스의 관계에 대하여

- 자유 흑인으로 태어난 앨리스는 루퍼스의 어린 시절 친구이기도 했으나 흑인 노예 아이작과 사랑에 빠져 혼인하게 됨으로써 노예 신분이 됨. 탈출에 실패한 후 아이작은 다른 곳으로 팔려 가게 되고 앨리스는 루퍼스의 노예로 남아 육체적 정신적으로 유린당하고 결국 자살함.
- 다나는 앨리스가 루퍼스와의 아이를 낳아야 자신의 역사가 시작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앨리스와 연대하기보다는 증오하는 루퍼스를 받아들이기를 암암리에 종용하기도 함.

- 다나와 앨리스의 관계- 한 인물이 지닌 두 가지 측면을 반영하는 더블의 관계
앨리스는 다나에게 그 둘이 한 여성이나 마찬가지라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루퍼스는 침대 안에서는 나를, 밖에선 당신을 원하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걸 믿는다면 우린 똑같이 닮았어”

- 루퍼스를 죽이는 장면에서도 다나는 자신의 의지와 생존 본능을 강하게 표출하며 루퍼스를 나의 조상으로 나의 남동생으로 나의 친구로 받아들일 수도 있겠지만 절대로 나의 주인이나 나의 연인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절규함.

- 루퍼스는 다나와 앨리스가 “사실은 한 여자”(228)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앨리스를 탐하다가 앨리스가 자살을 하자, 그 자리를 다나가 메워주기를 원함. 다나는 “나는 여기에 속한 사람이 아니야” 말하고 그를 두고 떠나려 하자 앨리스에게 했던 방식 그대로 그녀를 종속시키려 함. 엘리스는 다나에게 의지하기도 하지만, 다른 노예들에게는 다나에 대해 부정적으로 언급함.

3) 인종 젠더에 관한 억압에 있어서 현재와 과거의 연결

노예제가 폐지된 현재의 흑인들은 과거 그들의 조상이 겪었던 참상을 재현으로만 인식, 실제 경험이 아니므로 옛 조상들이 노예로 살았던 과거를 수치와 오욕의 역사로 기억하며 백인에게 굴종한 흑인들을 비난함.
- 과거로 돌아간 다나는 루퍼스 집의 요리하는 노예 세라(Serah)가 자유에 대한 의지도 없이 노예로 순응하며 만족해하는 모습에 조롱과 경멸의 시선을 보냄.
- 버틀러는 조상에 대한 비난의 대상이 흑인 노예가 아니라 백인 노예주임을 명시적으로 보여주고자 다나로 하여금 과거로의 시간여행을 떠나보내 직접 조상(kindred)의 비참함을 몸에 새기도록 함.
- 현재에 비난의 대상이 되는 흑인.
- 과거에서 다나는 자신의 재능으로 동족을 돕고자 했지만 동족들에게조차 행동, 말투, 옷차림 그리고 글을 읽고 쓰는 능력까지 당시 백인을 흉내 내는 “하얀 검둥이”로 낙인찍혀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되기도 함. 과거에도 현재에도 노예제의 부조리함이 동족 간에 더 뿌리 깊게 각인되어 있음을 보여줌.

그러나 무지한 노예로 사는 것이 개인의 잘못이 아니라 사회구조가 만든 억압의 산물임을 드러내고자 함. 이러한 점을 드러내는 구체적인 에피소드를 얘기해 본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 참고문헌

신혜원. 2016. 옥타비아 버틀러의 <킨드레드>: 장르 혼합과 인지적 소외 효과. <현대영미소설>. 23권 2호, 181-201.
조미정. 2022. <킨드레드>에 나타난 옥타비아 버틀러의 파타피직스 세계. <영어영문학>. 27권 2호, 4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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