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4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1』 토론거리

작성자
chu
작성일
2024-04-24 13:24
조회
42
마지 피어시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 The Woman on the Edge of Time』, 1976

여성작가가 펼치는 페미니스트 유토피아 문학은 남성 작가의 작품이 지금것 문제시 삼지 않은 혹은 정면에서 다루지 않음으로써 (무)의식적으로 회피하고자 한 젠더와 성차의 문제를 작품의 중심부에 위치시킨다. 여성작가들은 남성중심주의에 의해 당연한 것이나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온 섹스와 젠더, 임신과 출산, 양육과 가사노동을 둘러싼 모든 전제들에 의문을 던지고 유토피아적 상상의 최전선에서 이 모든 것을 논쟁적인 방식으로 검토한다. (김지은, 마지 피어시의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에 대한 여성주의적 독법: 유토피아 문학에서의 방문자-안내자의 관계를 중심으로)

마지 피어시는 1936년 양극화와 인종차별로 악명 높은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가난한 유대계 노동자 집안이 딸로 태어났다. 피어시는 자신의 사회문화적 뿌리를 예민하게 의식하며 자랐고, 미시간 대학교 장학생이 되면서 가족 중 최초로 대학 교육을 이수했다. 그녀는 가난, 질병, 불안정한 삶과 짙은 피부색이 긴밀하게 결합한다는 점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그녀의 글에서는 병원이나 감옥에 붙잡힌 사람들이 온통 흑인과 멕시코계인 것, ‘흐린’ 피부색의 배우자를 얻는 게 사회적 성공에 포함된다는 것 등 다양한 사례가 묘사된다. 인종, 계층, 성별은 다층적이고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피어시 자신도 겹겹이 무력한 위치를 감내해야 했다. 그녀는 짧은 첫 결혼 생활 후 23살에 이혼한 극빈 여성이 되었다. 그녀는 비서, 계산원, 파트타임 강사 등 임시직 일자리를 전전하며 계급과 여성 문제의 당사자로서 식견을 쌓았다.
피어시는 불합리한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1970년대에는 새로운 페미니즘 물결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을 시작했다.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1976)는 사이버펑크 SF의 시초, 미국 페미니즘 SF 걸작으로 손꼽힌다. 1970년대의 코니와 2130년대의 루시엔테는 정신적 연결을 통해 서로의 시대에 체현한다. 소설은 코니의 시간여행을 통해 이상적인 미래상을 제시하고 현재 사람들의 행동으로 미래가 디스토피아로 바뀔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1970년대는 여성 작가들이 운동의 차원에서 소설을 창작한다는 연대의식을 지니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피어시가 그린 유토피아는 성평등에 기반한 진실한 존중이 핵심이다. 메타포이세트에선 타인을 그나 그녀가 아닌 ‘그 사람’으로 칭하며, 남편과 아내 대신 ‘베개 친구, 손친구, 정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게다가 이 소설은 여성주의 사조의 쟁점을 고스란히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제1물결이라 불리는 초기 페미니즘은 성별에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확립하고자 했고, 여성이 남성과 마찬가지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영역에 종사해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반대 측은 그런 주장이 남성과 합리성을 우월시하며 남성중심주의를 영속화하기 때문에, 여성의 고유한 속성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립은 제2물결과 제3물결을 통해서도 유사하게 반복되었으며, 코니와 루시엔테의 견해 차이에도 드러난다.
미래 사회에서 출산은 기계가 담당하며 양육은 남녀를 가리지 않고 한 아이당 3명의 어머니가 맡는다. 남자도 어머니로 자원하여 모유 수유를 한다. 루시엔테는 여성과 출산의 단절을 해방으로 파악한다. “생물학적으로 속박되어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동등해질 수 없어요.” 반면 코니는 이들이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권력의 마지막 유산, 피와 젖으로 봉인된 소중한 권리를 남자들이 훔쳐 가도록 내버려 두었다”고 느낀다. 코니와 루시엔테가 불일치를 겪고 또 성장하는 모습은 페미니즘의 공통된 발전 방향을 보여준다.
‘여성의 경험’은 심지어 한 개인 안에서도 제각각으로 나뉜다. 코니는 자신을 멕시코계 여자 콘수엘로, 대학에 간 코니, 감옥과 정신병원에 가는 형편없는 콘치타라는 세 사람으로 느낀다. 그러나 한편 전혀 다르다고 여겼던 여자들이 단지 진정제, 각성제, 안정제에 찌들었을 뿐 별다를 바 없이 살고 있다는 깨달음을 얻는다. 계층이나 인종 같은 차이는 성별 요인을 통해 극대화되기도 하고 무의미하게 변하기도 한다. 이 뒤로 이어지는 것은 연대의식이다.

출처 : 심완선 SF칼럼니스트의 글 중 발췌


1. 샬롯 길먼(Charlotte Gilman)의 『허랜드(Herland)』(1915)와 비교해 볼 때, 『시간의 경계에 선 여자』가 그리고 있는 페미니즘 유토피아의 특징은 무엇일지 이야기 나누어 보자.

2. 배경 공간이 정신병원으로 그려진 것이 인상적이다. 학대, 폭력 혐의의 코니, 동성애자 스킵, 마녀 시빌, 폭력성향의 앨리스 등 당대 기준에 맞지 않는 소위 비정상적 존재들이 교정대상으로 분류되어 수감된다. 이들은 실험의 연구 대상이 되어 강제 투약을 경험한다. 이 공간 설정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자.

3. 발육장, 공동어머니(comothers), 공동육아에 대해 이야기 나누어 보자.
“그건 여성들이 오랫동안 추진해 온 개혁의 결과였어요. 오랜 계급제도를 전부 무너뜨릴 때였죠. 우리가 누렸던 유일한 권력이지만 마침내 역시나 포기해야 할 게 남아 있었어요. 그 대신 누구에게도 더 큰 권력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죠. 그건 바로 생산의 원천인 출산의 권력이었어요. 생물학적으로 속박되어 있는 한 우리는 절대로 동등해질 수 없어요. 그리고 남성들도 결코 다정하게 사랑을 베푸는 인간으로 교화될 리 없고요. 그래서 우린 누구나 어머니가 될 수 있게 하기로 했어요. 아이들은 전부 어머니가 셋이에요. 지나치게 긴밀한 유대감을 깨뜨리기 위해서죠.” (p.1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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