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8/13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상, 3. '사탄의 요새들'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8-13 17:12
조회
507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E.P.톰슨 지음, 나종일 노서경 등 옮김, 창비, 2015

제1부 자유의 나무
3장 '사탄의 요새들'

1. 자기 생각을 분명히 표현하는 소수는 자기 표현이 덜 분명한 다수 속에서 형성된다. 미신, 수동적 무신앙, 편견, 애국심으로 이루어진 이 다수의 잠재적인 정치의식을 알기는 쉽지 않다. 이 다수의 생각을 알기 위해 우리는 18세기 말, 범죄 문서고를 찾아볼 수 있지만, 그 전에 이 문서들에 나타나는 구분과 수치는 유산계급의 그릇된 의식구조가 반영된 것임을 알아야 한다. (79, 80)

2. 당시는 프랑스 혁명 이후 유산계급이 빈민들의 질서를 잡을 필요를 느끼고 있던 시기였다. 빅토리아 시대의 젠트리들은 1790년대 노동자들이 「인간의 권리」(토머스 페인)를 읽는데 기겁했다. 당시 노동 빈민에게 “인내, 노동, 절제, 절약”이라는 메시지를 주고 종교를 권장하고자 했던 유산계급들의 성향은 사회적 관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81,2,3)

3. 당시는 술집들, 정기시, 대규모집회 등을 해로운 것으로 여기는 중간계급들의 타고난 경향이 더욱 강화된 시기였다. 이러한 경향은 18세기 말 다음의 세 방향에서 더 강해졌다. 1) 신흥 제조업자 계급의 공리주의적 태도, 2) 자책하는 죄인들의 행렬을 만들어내면서 신앙고백식 전기들을 열심히 펴내고 있던 감리교도들의 압력, 3) 운동의 첫 세대 지도자들이기도 한 자수성가한 노동자들의 금욕주의. (83,4)

4. 노동계급 운동에 흐르는 지나친 ‘진지함’은 이 운동의 거칠고 떠들썩한 면을 과소평가했다. 우리는 범죄자들, 병사들, 선원들 등의 사회적 태도와 술집 생활을 좀 더 연구할 필요가 있다. 장터라고 하는 ‘지하세계’ 또한 기억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표현이 불분명한’ 다수는 이곳에서의 방식들을 통해 일정한 가치–자발성, 즐길 줄 알고 상호 간의 신의를 지킬 줄 아는 능력-들을 보존해왔기 때문이다. (85,6)

5. ‘잠재적인 정치적 전통’이 초기 노동계급 운동에 영향을 미친 두 가지 방식은 1) 폭동 및 폭도 현상과 2) 잉글랜드인의 ‘생득권’에 대한 민중적 견해였다. (86)

6. 민중은 법규를 공식법규와 불문율로 구분했다. 화폐위조, 밀렵, 직접세와 물품세 포탈, 강제 징병 회피 등은 민중에 용인되었고 밀수단과 당국은 끊임없는 전쟁상태였다. 두 법규의 괴리현상은 18세기 후반 극도로 심화되었는데 이 기간은 계급전쟁이 수행되던 시기였다. 입법부는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들에 점점 더 극형을 부과했고 경관과 간수들은 범죄의 풀밭에 기생했다. (87)

7. 상업 팽창, 인클로저 운동, 산업혁명. 이 모두가 교수대의 그늘 속에서 일어났다. 빈민들은 토지에 대한 권리 박탈과 빈곤으로 범죄의 유혹을 받았다. 아무것도 소유하지 못했다는 사실 자체가 재산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되기도 했다. 18세기와 19세기 초는 여러 불만거리들로 인해 야기된 폭동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89)

8. 폭동의 첫 번째 형태는 자연 발생적인 민중적 직접 행동이었던 빵폭동(식량폭동) 이고(90-98), 두 번째 형태는 이행기적 폭도들(런던의 폭도, 윌크스파 군중)의 폭동이다.(98-107)

9. 민중 불만의 가장 민감한 지표는 임금이 아니라 빵값이었다. 정치적, 산업적 적대 관계의 형태들 중 가장 앞선 것은 ‘소비자 의식’이었으며 물가의 급격한 상승은 예외없이 폭동을 촉진했다. 빵폭동은 민중의 생필품으로 폭리를 취해 가격을 양등시키는 불공정한 방법은 비도덕적인 것임을 가르치는 구래의 도덕경재학 논리에 의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91)

10. 식량폭동은 난폭하고, 동시에 자기규율적이었다. 그같은 폭동들은 민중의 입장에서는 정의로운 것으로 여겨졌으로 그 지도자는 영웅으로 생각되었다. 폭동은 식품을 ‘민중가격’으로 팔도록 강요하는 것으로 절정에 이르렀고, 매상금은 원 소유자에게 돌려주었다. (92,3,4)

11. 식량폭동이 이어지면서 농촌과 도시 사이의 전쟁 상태가 팽배해갔다. 농민들은 곡식이 모두 도시로 가고 자기들은 굶어 죽을 수 있다고 두려워했다. 농장주와 곡식을 수출하는 도매상들은 곡식이 폭도들에 의해 민중 가격에 팔려나갈 것을 두려워했다. 민중은 매점매석 뿐 아니라 도매상들, 제분업자들, 제빵업자들, 중간업자들이 식료품 가격을 올릴 생각으로 자행하는 모든 착취성 행위는 다같이 범법행위에 포함되는 것으로 여기며 증기로 돌아가는 큰 제분소를 습격하거나 런던 제분소에 방화를 하기도 했다. (95,6,7)

12, 18세기의 마지막 몇 년은 자유시장경제에 맞서 구래의 기울어진 도덕 경제를 회복하기 위해 민중이 최후의 필사적 노력을 한 시기였다. 이 시기 민중들은 치안판사들의 지원을 어느정도 받기도 했지만 이는 낡은 온정주의적 소비자 보호조치를 고수하려는 마지막 시도일 뿐, 이후로는 관습적인 통제체제가 완전히 붕괴되었다. (98)

13. 폭도행위의 (속)사정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1) 빵폭동의 경우와 같이 민중의 직접행동 하나하나의 뒤에는 이를 정당화시켜주는 권리 개념이 깃들어 있었고 2) 18세기에는 ‘폭도’가 ‘외부의 이익집단을 위해 움직이는 고용부대’로 빈번히 이용되었으며 이 수법은 바로 권력 당국에 의해 이루어졌다. (98)

14. 폭동의 두 번째 형태인 런던의 폭도들(윌크스파 군중들)은 자의식을 가진 급진적 군중이 되어가고 있던 이행기적 폭도였다. (99)

15. 당시 반국교주의와 정치적 교육은 자유 수호를 위해, 권력에의 저항을 위해, “부자에 대한 빈자들의 근본적 갈등”이 명백히 드러나게 되는 사회적 저항운동을 위해 민중이 단호히 나서게끔 하고 있었다. 온갖종류의 임금노동자들인 민중은 선거유세장에서 윌크스(1725~1797. 양조업자의 아들로 태어남. 영국의 급진주의자, 언론인이자, 정치인)를 위해 시위하였고, 그가 승리를 거둘 때마다 의기양양하게 거리를 누비고 다녔다. 이러한 런던의 군중을 단순한 깡패들이라는 오명에서 구출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윌크스파 군중과 고용된 건달들을 완전히 다른 부류로 구분할 수는 없다. 윌크스파 군중은 사실 민중적 정치의식의 대두 도정에서 절반쯤 와있었다. (99, 100,1)

16. 런던 폭도들의 구호가 ‘자유’이긴 했지만 그들 중 많은 사람은 태도가 극히 불분명했으며, ‘외부’ 분자들을 공격하기도 했다. 그들은 배후 조정을 받고 있던 폭도와 혁명적 군중의 혼합체 비슷한 것이었다. (102,3,4)

17. 18세기 폭도들의 최후의 대대적인 행동은 1791년 7월 14일 바스티유 감옥 함락일을 기념하는, 다수가 반국교도인 중간층 개혁운동가들의 파티를 향했는데, 폭도들이 그들을 습격한 이유가 ‘부유’했기 때문이었는지 ‘반국교도’였기 때문이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이 폭동은 분명 현지 기성 지배층 일부의 허가 아래 이루어진 목표가 있는 폭발이었으며 동시에 ‘오랜 종교적 적대감과 새로 형성되고 있는 사회, 정치적 불만히 함께 마주침으로써 잠재적인 계급적 증오와, 개인적인 무법성이 촉발되어 터져나온 것’으로 그것이 허용될 때 예상되었던 한계를 벗어나버린 것이기도 했다. 그러나 아직 도시빈민 전체가 프랑스혁명의 이념에 대해 적대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버밍엄 폭동은 1792년 페인파의 선전으로 새로운 민주적 의식 형성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전, 이행기의 폭도들에 의해 벌어진 퇴행적 소용돌이였다고 볼 수 있다. (105,6)

18. 1792년 이후에도 폭동은 계속되었다. 특정 사안들 때문에 벌어지기도 하고, 때로는 급진주의적 운동이 봉기로써 절정에 이르기까지 하였다. 폭동은 ‘교회와 국왕’이 아니라 ‘국왕과 개혁’이라는 구호 아래 일어났으며 주요 공격목표가 된 것은 반국교도가 아니라 국교회의 지도적 인사들(다수가 서인도제도의 노예소유주들)이었다. 이 폭동자들은 민주주의적 감정으로 고취되어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를 곧 정치적으로 의식화된 혁명적 행동으로 오인해서는 안된다. 한 폭동자의 다음과 같은 선언에서 우리는 고든 폭동과 프리스틀리 폭동의 여파를 여전히 감지할 수 있다. “책들이 불태워지지 않는 한 개혁은 있을 수 없다.” (107,8)

19. ‘외부의 이익집단을 위해 움직이는 고용부대’란 의미의 이른바 ‘교회와 국왕’ 파 폭도들은 1792년 이래 잉글랜드 자꼬뱅파를 위협하기 위해 고용되었다. 이들은 때때로 부유하고 저명한 개혁운동가들을 목표로 삼기도 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독립적 민중 감정의 지표로 간주하기는 어렵다. 이들은 깡패들의 소집단이라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이 극히 드물었으며, 대규모 민중의 폭력사태를 불붙이는 데까지도 이르지 못했다. (108)

20. 1794년 자꼬뱅파 수감자들의 방면은 민중의 승리가 윌크스파의 기념축제와 같은 규모로 이루어질 것임을 알리는 신호였다. 1795년 런던의 군중은 혁명적 분위기에 싸여 있었으며, (런던교신협회를 통해) 새로운 형태의 조직과 지도부도 찾아내고 있었다. 결정적인 충돌은 1797년 반자꼬뱅적 박해가 절정에 달한 무렵, 토머스 하디가 해군 승전을 축하하는 행사시기인데도 창문에 불 밝히기를 거부했던 일에서 시작되었다. 런던교신협회 회원으로 구성된 수비대가 하디의 가택을 부스라는 사주를 받은 군중을 격퇴했다. 이는 역사적 승리였다. 하지만 4년후 폭도는 평화를 위해 불 밝히기를 거부한 한 호전적인 반자꼬뱅파 저널리스트 윌리엄 코벳의 집에 있던 유리창을 모두 부수어버림으로써 감정을 분출시켰는데 이번에는 민중수비대가 지켜주지 않았다.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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