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읽기] 6/22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토론 거리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6-22 00:04
조회
441
1. 프랑켄슈타인과 지킬

1) 프랑켄슈타인의 연구
겪어보지 않은 이들은 과학의 매력을 상상조차 하지 못할 겁니다. ... 내가 특별히 관심을 가졌던 현상 중 하나는 인체 그리고 생명을 부여받은 모든 동물의 신체 구조였습니다. “생명의 원리는 어디서 비롯된 것일까?” (58)
생명의 원인을 살피려면 먼저 죽음을 연구해야 합니다. 해부학을 익히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습니다. 인체에서 일어나는 자연 부패와 변질 또한 관찰해야 했으니까요. ... 부패의 원인과 진전사항을 살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지하 납골당이나 시체안치소에서 수일 밤낮을 보내야만 했습니다. ... 삶에서 죽음으로, 죽음에서 삶으로 이행하는 변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모든 세세한 인과를 끈기 있게 살피고 분석했지요. (59)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중노동painful labour과 피로로 점철된 수일 밤과 낮이 지난 후 나는 드디어 생명 발생의 원인을 알아냈습니다. 아니, 오히려 생명 없는 물체에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게 되었다고 정확하겠지요. (60)
내가 왜 그 비밀을 함구하는지. ... 지식을 얻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61)
그토록 경이로운 힘 ... 생명을 부여하는 힘은 있었지만, 생명을 받을 수 있는 몸, 온갖 복잡한 섬유질과 근육과 혈관을 갖춘 인체를 마련하는 일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상상하기 어려울 어렵고 고된 노동이었지요. (61)
달빛이 한밤중 내가 하는 일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동안에도 나는 잔뜩 긴장한 채 숨 쉴 틈 없는 열정으로 자연이라는 여인을 그 깊숙한 곳까지 추적해 들어갔습니다. 무덤이라는 불경스러운 습지를 휘젓고 다니거나 죽은 진흙을 살아 움직이게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산 동물을 고문하던 내 은밀한 노동에 담긴 공포를 누군들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 다른 집들과 복도와 계단으로 완전히 분리된 독방, 오히려 감방 같은 곳에서 더러운 창조 실험실을 운영한 셈입니다. 세밀한 작업에 몰두하느라 눈이 튀어나올 지경이었습니다. (63)
*출처: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 지음, 오수원 옮김, 현대지성, 2021

2) 헨리 지킬의 연구
전적으로 통찰력과 초월적인 목표를 향해 매진하고 있던 내 학문의 방향이 어느 날 우연히 내 안의 선과 악 사이에서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던 다툼에 반응하게 되었고, 목표가 더욱 뚜렷해졌다. (101)
나는 여기서 인간이 두 개의 존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내 학문은 그 지점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 나는 궁극적으로는 인간이 가지각색의 부조화스럽고 독립적인 개체들이 모인 조직체라고 추측했다. ... 나는 이 요소들을 분리시키는 것에 관한 백일몽에 즐겨 빠지곤 했다. 만약 각자를 다른 개체로 분리할 수 있다면 참기 어려운 괴로움에서 인생이 자유로워질 것이 아니겠는가? ... 이렇게 어울리지 않는 삭정이들이 한다발로 묶여 있어 양심은 고뇌에 빠지고, 극적으로 다른 성과 악이 계속적으로 투쟁해야 한다는 것이야말로 인류의 재앙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이 두 본성을 분리할 수 있을까? (102)
나는 연구실 테이블에서 우연히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간접적인 실마리를 발견했다. 우리가 입고 있는 이 육체는 겉으로는 그렇게 견고해 보이지만, 실은 안개같이 무상하고 연약한 비실체라는 사실을 나는 여태까지 연구했던 그 누구보다 더욱 깊이 깨닫게 되었다. 내가 발견한 약물을 사용하면 바람이 천막의 장막을 펄럭이게 만드는 것처럼 우리의 육체도 뒤흔들어 떨쳐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던 것이다. (103)
그 당시에도 나는 학문 연구만 계속하는 건조한 삶이 싫어서 견딜 수 없었다. (107)
팅크 용액은 오래전에 이미 준비를 해두었기 때문에 ... 특수한 소금을 약품 도매상에서 대량으로 구입했다. 그리고 어느 저주받은 깊은 밤에 필요한 재료들을 섞은 다음 유리컵 안에서 그것이 반응을 일으켜 수증기를 내뿜는 것을 지켜보았다. 마침내 약품의 화학 반응이 멈춘 순간 나는 한껏 그러모아야 했던 용기로 그 약을 단숨에 마셔버렸다. (104)
*출처: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문예출판사, 2005

3) 플랑켄슈타인과 지킬, 그들의 공통점과 차이점
- 공통점: 둘 다 ‘훌륭한 미래’가 보장된 출신이었다. / ‘인류’의 번영(?)을 위해 연구하지만, 그 결과는 오히려 ‘자신’을 파멸시킨다. / 놀라운 발견을 비밀에 부친다.
- 차이점: 프랑켄슈타인의 발견은 중노동의 결과이지만, 지킬의 발견은 연구실 테이블 위에서 우연히 얻어진 것이다. / 프랑켄슈타인의 실습 재료는 시체인 반면, 후자는 자신의 신체다. / 프랑켄슈타인의 ‘아들’은 아버지에게 집착하는 반면, 후자는 아버지에게 무관심하다.


2. 작품의 역사적 배경

1) 스코틀랜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은 스코틀랜드의 수도 에든버러에서 태어났다.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국경을 맞댄 잉글랜드에 고통을 받아왔다. 그런 어두운 역사 때문인지 스코틀랜드 문학에서 즐겨 다루는 소재는 인간의 이중성과 현실의 이면에 숨어 있는 어두운 악몽의 세계다.
스티븐슨의 정신과 작품에 영향을 미쳤던 것은 그가 어린 시절에 들었던 스코틀랜드의 이야기들이었다. 스코틀랜드의 해부학이 아직도 세계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할 수 있는 이유는 중세부터 의사들이 돈을 주고 사형수들을 사와서 해부실험을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유력하다고 한다. 심지어 아직도 기록이 남아 있는 버크와 에어같이 시체를 도굴해서 파는 도굴꾼이나 걸인이나 창녀, 부랑자를 잡아다가 의사에게 넘기는 인간사냥꾼들도 있었다.

2) 칼뱅주의
스티븐슨은 칼뱅주의를 엄격하게 지키는 가정에서 태어나 교육을 받았다. ... 엄격한 도덕률과 신의 섭리를 강조한 칼뱅주의는 어쩔 수 없이 현실의 욕망과 충돌할 수밖에 없었다.

3) 의학의 발전
1860년 조셉 리스터가 살균 시스템을 처음 도입하는 등 당시는 의학 분야에서 엄청난 진보가 이루어지던 시대였다. 그러한 시대에 연구실에서 연구에 몰두하는 좋은 의사(헨리 지킬)는 무척 이상적인 모습이다. 하지만 인류에게 봉사하기 위해 실험을 하는 존경받는 의사의 뒤에는 사악한 전통이 잠재되어 있었다.
메리 셸리의 프랑켄슈타인 박사는 괴물을 만들어냈고, 크리스토퍼 말로의 희곡에 등장하는 포스터스 박사는 도가 지나쳐 ‘하느님이 허용하는 것’보다 더욱 많이 알고자 했으며, 에든버러의 로버트 녹스 박사의 경우처럼 해부학자들은 해부용 사체를 얻기 위해 범죄자나 도굴꾼들과 어울렸다.
보통 사람들에게 의학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난해한 학문으로 보였고, 일반적인 독자들은 ‘미치광이 의사’의 수상한 연구실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는 사이언스 픽션 류의 이야기를 열광적으로 받아들였다.
스티븐슨은 자신의 작품에 정신분석학을 도입하고자 했는데 이러한 의도는 키드 선장의 보물에 관한 유명한 이야기 『보물섬』 (1883)이나 스코틀랜드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 등 모험 이야기에서 더욱 분명하게 드러난다.

*출처: 『지킬 박사와 하이드』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김세미 옮김, 문예출판사, 2005. 작품 해설, 옮긴이의 말

*보충
- 『지킬 박사와 하이드』 (1886)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 『선악을 넘어서』 (1886) 프리드리히 니체
- 『히스테리 연구』 (1895) 요제프 브로이어, 지그문트 프로이트

<요제프 브로이어와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만남>
1871년 요제프 브로이어는 자신의 의료행위를 시작하기로 했다. 프란츠 브렌타노, 요하네스 브람스 등 명망 있는 환자들을 치료했다. 그는 빈 대학의 생리학 및 약학 센터에서 가르치고 연구하는 시간을 나누었고 1877년에 학생 중 한 명과 친한 친구가 되었다. 그 학생의 이름은 지그문트 프로이트였다. 1870년대 후반부터 요제프 브로이어는 심리학에 끌리는 느낌을 받았다. 그는 당시 매우 유행했던 최면술에 관심이 많았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환자들 대부분이 히스테리 증상을 보이는 부유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정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었다고 믿는다. 프로이트는 같은 관심사를 많이 공유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그들은 친한 친구가 되었다. 브로이어는 미래의 정신분석학 아버지인 프로이트에게 자신의 개인 연습을 할 수 있도록 상당한 금액의 돈을 빌려주었다. 브로이어는 또한 프로이트에게 의학 공부를 시작하라고 충고했다. 그들의 호기심과 관심은 두 친구를 의도치 않게 정신 질환을 전문으로 하는 길로 인도했다.
(https://wonderfulmind.co.kr/josef-breuer-the-forefather-of-psychoanalysis/)
전체 0

전체 487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사항
[SF읽기] SF의 전환; 도약 - 7월 26일 시작! (2,4주 수요일, 저녁7시)
bomi | 2023.07.16 | 추천 0 | 조회 3082
bomi 2023.07.16 0 3082
공지사항
세미나 홍보 요청 양식
다중지성의정원 | 2022.01.11 | 추천 0 | 조회 2617
다중지성의정원 2022.01.11 0 2617
공지사항
[꼭 읽어주세요!] 강의실/세미나실에서 식음료를 드시는 경우
ludante | 2019.02.10 | 추천 0 | 조회 5698
ludante 2019.02.10 0 5698
공지사항
세미나를 순연하실 경우 게시판에 공지를 올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ludante | 2019.01.27 | 추천 0 | 조회 5378
ludante 2019.01.27 0 5378
공지사항
비밀글 <삶과 예술> 세미나 참가자 명단 - 2019년 1월
다중지성의정원 | 2018.02.25 | 추천 0 | 조회 55
다중지성의정원 2018.02.25 0 55
409
8/10 『아엘리타』 자료및 토론거리
bomi | 2022.08.10 | 추천 0 | 조회 382
bomi 2022.08.10 0 382
408
[SF 읽기] 8/10 『아엘리타』 토론 거리
chu | 2022.08.10 | 추천 0 | 조회 342
chu 2022.08.10 0 342
407
7/27 『우주 전쟁』 관련 자료와 토론거리
bomi | 2022.07.27 | 추천 0 | 조회 440
bomi 2022.07.27 0 440
406
[SF 읽기] 우주전쟁 토론거리
jinta | 2022.07.25 | 추천 0 | 조회 503
jinta 2022.07.25 0 503
405
[SF 읽기] 7/27 『우주전쟁』 공지
bomi | 2022.07.23 | 추천 0 | 조회 567
bomi 2022.07.23 0 567
404
[SF 읽기] 7/13 『에레혼』 토론 거리
bomi | 2022.07.13 | 추천 0 | 조회 407
bomi 2022.07.13 0 407
403
[SF 읽기] 6/22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토론 거리
bomi | 2022.06.22 | 추천 1 | 조회 441
bomi 2022.06.22 1 441
402
[SF 읽기] 6/22 지킬박사와 하이드씨 토론 거리
jinta | 2022.06.18 | 추천 0 | 조회 541
jinta 2022.06.18 0 541
401
[SF읽기] 다음 시간(6/22) 공지 및 지난 시간 후기
Jihyang | 2022.06.09 | 추천 0 | 조회 370
Jihyang 2022.06.09 0 370
400
[SF 읽기] 6/8 쥘 베른 <지구에서 달까지> 토론거리
Jihyang | 2022.06.07 | 추천 0 | 조회 653
Jihyang 2022.06.07 0 6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