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나름 읽었다 생각했는데, 세미나하면서 제대로 이해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네요.

월콧의 분류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이미 알고 있는 상태에서 읽어서인지,
처음에는 그저 월콧이 어떻게 이토록 이상하게 분류했지? 삼엽충과 버제스 동물들이 이렇게나 다른데...
라며 읽었습니다.

하지만 세미나 중에 이런 태도가 오히려 이해를 가로막고 있음을 알았습니다.
사유가 변하는 과정 속으로 들어가지 못한 것이지요.

따지고 들어갈수록,
그렇다면 도대체 분류란 무엇인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달라야 하는가, 또 그 기준은 어떻게 정하는가,
등의 문제가 연이어 생겼습니다.

게다가 생물이란 언제나 변하는 것이므로(진화론에 의하면),
그 비교나 분류를 결코 고정된 상태로서 할 수는 없는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특정 화석을 스냅샷처럼 특정 시점에 고정시켜서 어떤 생물과 비교할 수도 없는 것입니다.
변화해가는 방향성이나 변화폭,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분류해야겠지요.

그렇다면 월콧은 오히려 변화의 폭을 넓게 본 사람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그런 생각의 바탕에는 현생 생물을 기준으로 삼는 게 있긴 했지만요.

굴드는 어찌보면 이론의 발전에 부수적인 일들을 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점이 부수적인 게 아니라, 실제 사유의 운동, 생각이 바뀌는 과정 자체를
독자에게 체험시키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월콧이 옳게 여겨졌다가 휘팅턴 생각으로 바뀌어야만,
그 전환이 실로 나에게 느껴지고 체험되고,
그때서야 이것이 얼마나 위대하고 혁명적인 일인지 실감이 되겠지요.

이를 겨냥하고 있는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다음이 더 흥미진진하네요.

다음 시간에는 <버제스극 3막>을 읽습니다.
구체적인 과정들을 따라가는 게 무척 흥미롭네요.
재밌게 읽으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