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로 들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진화'를 이야기합니다.
이보디보(evodevo)인 만큼 진화를 발생학의 논리로 설명하는데,
매우 흥미롭고 설득력이 있게 이해되네요.

진화란 결국 생물의 형태가 변해가는 과정인데,
그 형태변화에도 규칙성이 있습니다.
바로 선조-생물의 몸(부속지이든 아가미이든)을 활용하여 보다 <전문화>된 방향으로 전개시키는 것입니다.
아가미 분지(아가미 역할을 하는 부속지)는 그 독특한 특성을 활용하여 폐나 방적돌기, 심지어 날개까지 변해갑니다.
그러니 기존에 존재하는 도구를 폐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그것을 새롭게, 원래의 기능을 뒤집는 방식으로 사용해서 형태변화합니다.
(어떻게든 기존의 도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창조적이기도 하고 절박함/맹목성이 느껴지기도 하네요.)

저자는 이를 '전문화'되는 방식, 또는 잠재성이 실현되는 방식으로 설명합니다만,
그 과정을 '전문화'로 불러야할지는 의문이 남네요.
아가미에서 날개로 변화한다면, 전문화 같지는 않으니까요.
오히려 기능의 급격한 전환이라고 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잠재성(포텐셜)이되, 그렇게 되는 잠재성이 아니라,
기존과 달라지는 잠재성이 느껴집니다.
어쩌면 이 '전환의 잠재성'이 생명의 본질, 힘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어쨌든 요즘 이보디보를 읽으면서 생명에 대해 새로운 생각을 많이 하게 되네요.
매우 재밌고 좋은 긴장감을 즐기고 있습니다.

다음 주(2/1)에는 설 연휴로 세미나 쉽니다.
2/8일에 9장과 10장을 읽습니다.
설 잘 보내시고 8일에 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