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제] 2/19 『정치경제학비판 요강』 한국어 판 역자 후기

작성자
bomi
작성일
2022-02-19 17:13
조회
532
『정치경제학비판 요강』 세미나 ∥ 2022년 2월 19일 일요일 ∥ 손보미
텍스트: 『정치경제학비판 요강 3』 칼 맑스 지음, 김호균 옮김, 그린비 pp.201~223


『정치경제학비판 요강』 의 의의


1) ‘정치경제학 비판’의 서술 체계

추상적인 것에서 구체적인 것으로 상승하는 과학적으로 올바른 방법이란 노동, 분업, 욕구, 교환 가치와 같은 단순한 것으로부터 국가, 민족들의 교환, 세계 시장까지 상승하는 것이다.

◆ ‘요강’에 나타난 ‘정치경제학 비판’ 계획: 5단계 서술

▷ 3부~5부에 대한 체계적인 저술은 쓰지 못함.

◆ 세계 시장
맑스는 처음부터 자본주의를 세계 시장을 유통 영역으로 가지는 생산 양식으로 파악.
‘정치경제학 비판’에서는 세계 시장이 자본의 유일하게 현실적인 경제적 운동 공간이다.

◆ 현실적 운동 공간인 ‘세계 시장’ 대신 ‘국민 국가’가 서술의 기초가 되는 이유
◇ 역사적인 이유
맑스가 살아있던 당시 유통은 국제화되었으나, 생산은 아직 국제화되지 못하고 국민 국가적 공간에서 영위되었기 때문.
◇ 방법론적인 이유
“연구 대상을 순수하게, 방해하는 주변 여건이 없이 파악하기 위해서 우리는 전체 상업 세계를 한 국민으로 보아야 하며, 자본주의적 생산이 도처에 정착되었고 모든 산업 영역을 장악했다고 전재해야” 하기 때문.
국제 관계는 그 자체가 규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생산에 의해서 규정되는 관계이므로, 우선 자본주의 생산 양식이 국제 관계가 없는 국민적 공간에서 (추상적으로) 고찰되었다.

◆ 대외 무역
대외 무역과 세계 시장이 각각 별책으로 다루어질 계획이었던 이유는 대외 무역이 국민 국가를 방법론적 공간으로 하는 추상적 서술에서 국제적인 세계 시장론으로 나아가기 위한 중간 단계를 이루기 때문.
대외 무역에 관한 책에서도 연구의 영토적 공간은 국민 국가가 될 것. 다만 이 국민 국가는 국제 관계를 맺는 국민 국가가 될 것이다. 즉, 대외 무역을 다루는 것은 앞 단계들에 비해 구체적인 관계가 서술될 수 있지만, 세계 시장에 관한 책에 비해서는 추상적인 관계가 서술될 수 있었을 것.


2) <요강>의 서술 방법 – 추상에서 구체로의 상승

◆ 추상에서 구체로 상승하는 <요강>의 6단계 서술

▷ 5, 6단계는 <요강>에 서술되지 않음.


3) <요강>의 출발 범주

◆ 본론 서술을 화폐론으로 시작한 이유
◇ 이론적 이유
<요강>을 집필할 당시 맑스의 가치론 내지 상품 이론이 아직 충분히 다듬어지지 않았고, 동시에 가치, 교환 가치, 사용 가치의 개념 사용도 안정되어 있지 못했다. 이후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에서부터는 가치와 교환 가치의 개념적 구분이 뚜렷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 실천적 이유
1857년 공황이 도래하자 맑스는 노동자들을 가능한 한 빨리 이론적, 이념적으로 무장시키기 위해 자신의 경제 이론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여기에서 맑스가 염두에 두었던 것은 당시 노동 운동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던 프루동주의에 대한 비판이었다. 즉 화폐를 “노동 화폐”나 “시간 전표”로 대체하면 자본주의 적대적 모순을 제거하고 사회주의로 이행할 수 있다는 프루동의 사회주의 관념이 이론적으로 반박되어야 했다.


4) “시간 전표” 사회주의 비판

“시간 전표”의 발행을 위해서는 은행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경우 은행은 상품-노동력-을 생산비로 구매하는 것이 된다. 그리하여 은행은 모든 상품의 구매자, “일반적 구매자”가 된다. 그런데 각 상품-노동력-의 판매자는 소비를 위해 “시간 전표”를 다른 상품과 교환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은 모든 상품의 “일반적 판매자”도 된다. 그러면 은행은 교환을 중개하는 역할뿐만 아니라 상품의 사회적 생산 시간과 노동 시간의 부문간 분배를 결정하는 역할까지 수행해야 하고, 따라서 “일반적 생산자”가 된다. 은행이 “일반적 구매자이자 판매자이자 생산자”가 되는 것이다. 은행이 이처럼 경제에서 전권을 행사하려면 “생산 수단의 공동성”이 전제되어야 한다. 결국 프루동주의자들이 주장하는 “시간 전표” 사회주의에서 은행은 “전제적 생산 정부 겸 분배 관리자이거나 또는 공동으로 노동하는 사회를 위해서 회계를 맡은 관청”의 지위를 점하게 된다.
프루동주의의 사회주의관에 대한 비판은 구소련형의 사회주의 계획 경제에 대한 비판으로도 원용될 수 있다. 소련형 사회주의 계획 경제에서는 생산 수단의 공동 소유에 기초하고 있었기 때문에 생산자가 아닌 국가가 생산, 분배, 교환에 대하여 전권을 가지게 되었고, 소비는 형식적으로 계산 화폐 기능을 담당하는 화폐에 의해 매개되었다.


5) <요강>의 노동 개념

◆ 일반적 노동
자본주의에서 필요 노동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진행되는 생산력의 발전은 살아 있는 노동이 생산 과정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지위를 변화시킨다. <요강>에서는 자본주의에서 대공업이 발전함에 따라 생산 과정에서 직접적인 노동은 과학적 노동으로 대체된다고 예견되고 있다. 일반적인 과학적 노동은 자연 과학의 기술적 응용으로서, 이 노동을 수행하는 인간은 더 이상 생산 과정에 포함되어있는 것으로 나타나지 않고, 생산 과정 옆에 서서 생산 과정 자체에 감시자와 규율자로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일반적 노동이 지배적으로 되면 노동 생산물은 일반적 노동의 대상화가 된다. 이처럼 살아있는 노동이 생산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범위가 줄어들 때 비로소 ‘정치경제학 비판’에서 전망하고 있는 ‘노동의 지양’에 관한 명제의 실현 가능성이 보이게 된다.

◆ ‘노동’ 비판
역사 유물론에서 보는 노동은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 필요한 활동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에게 고통을 가져다주는 활동이다. 이런 의미에서 <요강>에서는 노동을 저주로 받아들이는 애덤 스미스와 자유 노동을 단순한 재미나 오락으로 이해하는 푸리에의 노동관이 동시에 비판되고 있다. 맑스는 정상적인 인간에게는 휴식에 대한 욕구뿐만 정상적인 양의 노동에 대한 욕구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 ‘노동의 지양’에 관한 명제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서의 임노동은 노예노동이나 농노 노동과 마찬가지고 “강제 노동”으로서 소외된 노동이다. 그러나 자본주의 생산 양식은 생산력의 발전에 의해 노동이 강제 노동의 성격을 벗고 자유로운 노동, 자아 실현으로서의 노동으로 전환될 수 있는 물적 토대를 마련한다. 자본주의 생산 양식에서 생산력의 발전은 필요 노동 시간의 단축을 통한 잉여 노동 시간의 연장을 목적으로 한다. 이러한 필요 노동 시간의 단축에 기초해서 비로소 노동의 제거 또는 지양에 관한 전망이 비로소 열릴 수 있다.
노동의 지양에 관한 명제는 노동이 영원한 자연필연성이라는 다른 명제와 모순되는 듯 보인다. 그러나 두 명제는 변증법적으로 통일될 수 있다. 임노동에서 자기실현의 계기보다 소외의 계기가 훨씬 큰 이유는 생산 수단이 노동자의 소유가 아니고 생산물이 노동자에게 귀속되지 않기 때문이고 또 노동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노동 시간이 사회의 필요 노동 시간의 최소한으로 단축되면 노동은 소외된 노동이 아니게 된다. “자유의 왕국”(자본론)의 기본 조건은 노동일의 단축이다. 이러한 필요 노동 시간의 단축에 기초한 ‘노동의 지양’은 미래 사회에서 개인의 전측면적 발전을 위한 출발점이 된다.


6) 변증법적 서술 방법의 한계에 대하여

<요강>을 서술하며 맑스는 역사적 방법이 아닌 논리적 방법을 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내적 구조를 밝혀내고 그 운동 법칙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자본주의 생산 양식의 다양한 범주들 사이의 내적 연관을 밝혀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맑스는 그 방법의 한계도 직시하고 있었다. 그는 논리적 서술 방법은 역사적 고찰이 개입해야 하는 지점들을 보여주고 있음을 지적한다. 특히 역사적 서술이 보충되어야 하는 부분은 자본가 계급과 임노동자 계급의 등장 과정을 서술하는 [자본의 시초 축적]부분이다. 자본에 의한 임노동의 지배 예속 관계는 변증법적, 논리적 서술 방법에 의해서는 설명될 수 없는, 역사적으로 형성되는 관계이다.
논리적 서술 방법을 따를 때 자본이 화폐에서 출발하고 따라서 화폐 형태로 존재하는 자산에서 출발한다는 것은 자본 개념에 속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이 화폐와 유통은 상인 자산과 고리대금 자산으로 실존했다. 그러나 이들 자산은 노동이 역사적 과정에 의해 자신의 객체적 실존 조건들로부터 분리되자마자 비로소 자유노동을 구매할 조건들을 발견하게 되고 자유노동에 적대적인 자본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상인 자본과 고리대 자본이 아무리 대량으로 축적되어 있다고 할지라도, 자유로운 임노동자 계급이 형성되지 않는 한 자본주의 생산 양식은 수립될 수 없다. 그리고 임노동자 계급의 형성은 생산 수단과 생활 수단의 소유자들이 이들 수단에서 분리되는 과정으로서 논리적이 아니라 역사적인 과정을 전제로 해서만 이루어진다.


<토론거리>
맑스의 ‘추상적인 것(단순한 것)/구체적인 것’ 구별과 푸코, 들뢰즈 등의‘거시적인 것/미시적인 것’ 구별의 차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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