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호] 양심의 가책, 영혼, 국가의 기원 | 김상범(대학생)

기고
작성자
자율평론
작성일
2018-02-22 14:06
조회
567
양심의 가책, 영혼, 국가의 기원

김상범(대학생)


1.
양심의 가책은 자기가 자기 자신을 괴롭히는 것으로서, 일종의 병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어떻게 이 병에 걸리게 된 것일까? 그것은 밖으로 발산되지 못한 공격적인 본능이 안으로 향하게 됨으로서 라고 니체는 말한다. 이렇게 공격적인 본능이 발산되지 않도록 가로막는 것은 바로 국가라는 정치조직이다. 여기서 양심의 가책의 기원이 국가의 기원과 밀접한 연관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낡은 자유의 본능에 대해서 정치조직(국가)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구축해 놓은 저 무서운 방벽......은 거칠고, 자유롭고, 방랑적인 인간의 저 모든 본능이 인간 자신에게로 향하도록 만들었다. 적의, 잔인, 박해, 공격, 변혁과 파괴의 쾌락-이 모든 것이 이러한 본능의 소유자 자신에게로 방향을 돌리는 것, 이것이 바로 <양심의 가책>의 기원인 것이다.1)

양심의 가책은 어떤 연속적이고 점차적인 변화의 결과도 아니고 어떤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도 아니다. 오히려 양심의 가책의 생성은 "하나의 단절, 하나의 비약, 하나의 강제, 하나의 불가피한 재난"2)이었다. 이것은 국가의 성립이 하나의 단절, 비약, 강제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국가는 사회계약론자들이 이야기 하듯이 자유롭고 평등한 개인들의 요청에 의해서 만들어지지 않았고, 원시 공동체가 씨족으로, 다시 씨족이 부족으로, 마침내는 부족이 국가로 '진화', 또는 '발전'해서 만들어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국가는 '금발의 야수'라고 니체가 부르는 지배자 종족들이 들이 닥쳐서 '일 순간에' 세워졌다.

"명령할 수 있는 자, 천성적으로 <지배자>인 자, 행위나 태도에 있어서 폭압적인 자-이러한 자들에게 계약 같은 것이 무슨 뜻이 있단 말인가!......이들은 운명처럼 오는 것이며 거기에는 아무런 이유도 고려도 구실도 없다. 이들은 번개처럼 거기에 와 있는 것이다."3)

그리고 이들 지배자 종족은 "형식을 창조하며 새겨넣는"4) "예술적 폭력"을 통해 민중이라는 질료에 형태를 부여하여 하나의 살아있는 지배체제를 성립시켰다.

"그들은 존재하는 것 중에서 가장 무의식적인 예술가이다. 그들이 나타나는 곳에는 어디든지 어떤 새로운 것이, 하나의 살아 있는 지배체제가 성립된다. 그 지배체제 속에는 여러 부분과 여러 기능은 그 한계가 정해지며 조정되어 있고, 또한 전체와 관련에서 의미를 갖고 있지 않은 것은 없다."

이 처럼 "모든 사건은 하나의 제압, 하나의 지배이며, 그리고 모든 제압과 지배는 하나의 새로운 해석, 하나의 조정을 수반"5)하는데, 이것에 의해서 종래의 의미와 목적이 변화한다는 니체의 주장은 여기서도 참임이 증명된다. '국가의 성립'이라는 사건은 이 처럼 (새로운 제도와 관습을 만들어내거나, 그렇지 않으면) 제도와 관습에게 전체와 관련해서, 새로운 의미와 새로운 목적을 부여한다.

2.
당신은 이러한 니체의 주장에 동의할 수 있는가? 국가의 성립에 관한 그의 주장은 우리의 상식을 많이 벗어난다. 그러나 과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는 국가의 성립에 관한 이야기들은 믿을만한 것일까? 먼저 이에 대해 검토해보자.

먼저 국가가 ‘만인에 대한 만인의 전쟁’ 상태를 막고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계약에 의해 구성되었다는 주장부터 검토해보자. 이런 주장은 어떤 것의 기원의 문제와 그 것의 현재적 의미/목적/효용성의 문제를 구별하지 못하고, 국가의 현재적 효용성(‘안전’)이 그 자체로 ‘기원에 대한 동기’인 양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비합리적이다. 왜냐하면 이러한 주장은 눈은 보기 위해서 생겨났고, 귀는 듣기 위해서 생겨났다는 주장과 같은 논리적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박한 생각은 어떤 것의 의미나 목적, 효용이 어떠한 사건에 의해서 조정되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그래서 지금의 의미나 목적이나 효용성을 그대로 과거에 투영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지 못한다.

그 다음으로 검토해 볼 주장은 원시 공동체에서 씨족으로, 씨족에서 부족으로, 부족에서 국가로 즉 단순한 형태에서 점진적으로 더 복잡한 형태로 ‘진화’ 또는 발전해 왔다는 주장이다. 여기서 국가 없는 사회=야만, 국가=문명이라는 등식이 성립한다. 그러나 피에르 클라스트르에 의하면 이러한 등식은 서구 중심주의적 도식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국가 없는 사회’인 인디언 부족에서는 한 개인이 자연에서 문화로 이행했음을 나타내는 통과의례에서 각인을 통해 권력의 욕망과 복종의 욕망을 지니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분화하지 못하게 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있어 국가와 같이 누군가가 다른 누군가를 지배하는 형태는 야만적인 것으로 생각된다.

니체의 국가 성립에 대한 주장은 사람들이 통속적으로 믿는 국가의 기원에 관한 이와 같은 두 가지의 신화를 깨버린다. 니체의 주장은 이들의 주장보다 훨씬 더 설득력이 있는데, 왜냐하면 국가가 내적인 필연성이나 자발적인 요청에 의해 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국가 없는 사회’에서는 오히려 여러 가지 기제를 통해 국가와 같은 지배형태가 출현하는 것을 막는다. 따라서 국가는 내부적인 요소가 아니라 외부적인 요소에 의해 갑작스럽게 출현할 수 밖에 없다.

3.
니체에 의하면 국가의 발생과 함께 발산되지 못한 본능이 안으로 향하게 됨으로써 양심의 가책뿐만 아니라 ‘영혼’이나 ‘의식’ 조차도 만들어졌다고 주장한다.

밖으로 발산되지 않는 모든 본능은 안으로 향해진다-이것이 내가 말하는 인간의 내면화라는 것이다. 이에 의해서 인간은 훨씬 후에 <영혼>이라고 불리워지는 것을 개발해 냈다.6)

이처럼 니체에게 있어서 ‘영혼’이나 ‘의식’은 ‘신체’나 ‘무의식’보다 이차적인 것이다. 니체는 이러한 의식의 생성을 바다동물에서 육지동물로의 변화에 비유하고 있다.

그들은 이제까지 물에 의해 운반되어져 왔으나, 이제부턴 발로 걷고 <자기가 자기 자신을 운반>해야만 되게 되었다.......이 불행한 반(半)동물들, 그들은 단지 사유, 추리, 계산, 인과적 결합에만 의존하고, 가장 빈약하고, 가장 오류를 범하기 쉬운 기관인 저 <의식>에만 의존하게 되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의식의 자유, 영혼의 자유를 이야기 하지만 의식이나 영혼은 오히려 '자유의 본능'이 억압당하고 나서 만들어진 것이다. 인간이 무의식 속에서 살 때에는 이러한 '자유의 본능'에 의해 자유롭게 물속에서 헤엄쳐 다녔으나 이제 그는 국가가 설치한 방벽에 갇혀 겨우 '영혼의 자유'나 '의식의 자유'밖에는 얻지 못하게 되었다.

1) <도덕의 계보>,p.93
2) <도덕의 계보>,p.93
3) <도덕의 계보>,p.94
4) <도덕의 계보>,p.94
5) <도덕의 계보>,p.85
6) <도덕의 계보>,p.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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